[판타지,액션/일본] 철콘근그리트 (鉄コン筋クリート) - 마츠모토타이요 (松本大洋) ★★★★☆ + α

모 잡지에서 처음 이 만화의 제목을 보았을 때...

"철'근' '콘'크리트지 무슨 철'콘' '근'그리트야... 이 기자는 기사 쓰고 오타 확인도 안 하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부끄러운지.... ㅠ.ㅠ

"철콘근그리트( 鉄コン筋クリート )" 줄여서 '철콘( 鉄コン )'이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마츠모토타이요( 松本大洋 ) 원작으로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에서 잡지 연재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잡지 연재 없이( 케로군이 알기로는 그렇습니다만 확인이 어렵네요. )
바로 단행본 3권 세트가 올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철콘 근그리트'라는 제목은...
어린 아이들이 종종 '철근 콘크리트'를 잘 못 읽어 '철콘 근그리트'라고 읽는데 착안해서 지은 제목
... 이라고 책표지 안 쪽에 친절하게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_-

아스트랄하지만 맘에 쏙 드는


저는 '철콘'을 구입하기 전까지는 마츠모토타이요라는 작가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간혹 지나가다가 그림을 몇 번 보았을 뿐 어떤 만화를 그린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 역시... 우연히 그림이 땡겨서... 였습니다.
케로군은 은근히 이런 그림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도... '-'a

그러나 '철콘'을 몇 페이지 읽지 않은 상태에서 느껴지는 마츠모토타이요 씨의 포스는 장난이 아닙니다.
아스트랄한 대사와 설정... 편하게 읽기는 결코 쉽지 않은 장면들...
그리고, 역동적인 동작과 강렬한 구도에서 사람을 확 사로잡으면서 쉽지 않은 이야기와 장면을 이어주는 연출...
극히 마이너적인 듯 하다가도 굉장히 익숙한 '만화다운' 전개로 독자의 주의를 끄는....
10 갑자의 내공이 담긴 듯한 만화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느낌의 만화가 보편적인 독자의 기호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케로군과 비슷한 정신 세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숭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무한한 경의를 표하지 않을까 합니다.
순수 과학 연구하듯이 이것저것 따지는 게 아니라,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철콘'같은 만화가 주는 '느낌'에 빠져드는 겁니다.

아스트랄하지만 쉽게 쉽게


아스트랄한 대사라든가...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정도로 화면 구석구석 꽉꽉채운 소품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편하지 않은 그림체 등등....
얼핏 보아서는 '이거 너무 어려운 만화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철콘'은 모든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쉽게 쉽게 읽도록 그린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두명의 이름은 '쿠로( 黑 )'와 '시로( 白 )'...
너무나 손쉬운 대비와 함께... 아이들의 단순하면서도 자유 분방한 정신 세계...
그리고, 그런 단순하고 자유 분방한( 청순하고 순진하지는 않은 -_- ) 아이들의 눈으로 접하는 냉혹한 세계...
어찌보면 그게 전부입니다....
오히려 슈퍼 히어로 같은 주인공이 거대한 적들을 차례로 무찌른다는 큰 이야기 흐름은...
너무 쉬운 소년 만화의 느낌까지 듭니다.
'철콘'이 어려웠다면... 너무 어른의 고정된 세계관으로 만화를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쉽게 쉽게 간다고 해서 마츠모토타이요 씨가 흔하고 평범하게, 아무 의미 없이 만화를 그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 대학 입시 학원의 국어 과목 강사가 고전 시의 단어 단어를 밑줄치고 설명하듯이,
그렇게 따지고 드는 게 '철콘'을 바라보는 바른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쉽게 쉽게 ! ! ! 이해하려고 들지 말고 느껴 보세요 ! ! !

아스트랄하지만 정겨운


'철콘'은 다소 SF적이기도 한 가상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굉장히 과장된 연출, 만화적인 표현으로 폭력으로 얼룩진 거리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짓밟히는 비열한 거리는 꼭 '철콘'만의 세계는 아닌 것 같고...
그 비열한 거리에 허리를 굽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철콘'의 두 주인공처럼 격하고 자유롭게 저항하거나 혹은 지배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결말까지... 쉽게 감정 이입하고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 만화는 2006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작년 겨울 상영되었는데...
캐릭터의 이미지나 화면이 만화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만화의 그림이 좋다고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에서 나름의 디자인을 해 준 건 반갑습니다...만...
그래도 왠지 만화에 원래 담겨 있던 '거친' 캐릭터들이 조금 둔해진 것 같아 아쉽긴 합니다.

재밌는 것은....
굉장히 마이너스러울 것 같은 이 만화의 두 주인공 중 '시로'의 성우에...
지금은 비교적 메이저 배우가 되어버린... '아오이 유우( 蒼井優 )' 씨가 기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국내에도 아오이 유우 씨의 팬이 좀 되지 않던가요?
아래는 만화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시로의 전화' 씬과 함께... 애니메이션의 몇 장면도 볼 수 있는...
아오이 유우 씨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자막 없습니다. -_-; )

'철콘 근그리트'는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만화라고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기도 하고... 마약처럼 사람을 잡아끄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아이들의 세상 보기와 같은 이야기는 보통의 만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 설 수 있습니다.
간혹 잔혹한 묘사 덕분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점을 뺀다면....
많은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은 만화기도 합니다.

케로군 식 평점을 매긴다면... 종합적으로 10점 만점에 9점...
이런 '느낌'의 만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에게는 10점 만점에 9점 이상...
독특한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고, 순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그리는 만화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5점...
만화를 배우고, 그리거나, 이야기 하려는 분들에게는 '이유 불문 필수 구매'의 평점을 드리겠습니다.

일본에서 '철콘'이 등장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어쨌든, 이 만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만화 서점 근처에 가셨다가 생각이 나신다면... 한 번 구입해서 읽어보세요.
읽고나면 후회하지 않는다에 10만원 걸겠습니다. ^^ (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O^ )
그나저나 '철콘'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아오이 유우' 이름을 팔아도... 국내 일반 극장에서 만나지는 못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