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DVD 가격 할인

우리나라 DVD 업계엔 아주 묘한 관행(?)이 있습니다.
한정판이나 예약판에서 높은 가격을 매기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은근슬쩍 가격을 떨어뜨리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모든 재화의 상대적 가격은 떨어지는 셈이고,
먼저 컨텐츠를 경험한 사람이 반드시 손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게
DVD 타이틀 가격을
"나중에 낮출 것이므로 처음에 많이 받는" 듯한 인상이 들게 책정하는...
이런 관행은 찝찝할 수 밖에 없습니다.

Blood The Last Vampire - Complet Box 라는 DVD 한정판 상품이 있었습니다...
일본에 가서 밀봉 중고를 당시 9천엔을 주고 사왔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걸 국내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정식 발매하면서...
반값에 내놓은 일이 있었는데...( 여기까진 좋습니다. )
일본에까지 알려져 역수가 이루어지는 등... 호응이 있었음에도
국내 판매 부족으로 이어졌죠...( 저도 샀었습니다만 -O- )

급기야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원래 일본의 반값이었던 이 박스를...
다시 반의 반 값으로 팔아버리는...
예약 구매한 사람들을 말 그대로 엿 먹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곧 생산 중단, 품절( 일본에 역수된 것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되었고,
일본판만 남긴채 제 한국판도 바이백 해 버렸습니다...
기억이 좋지 않았죠....
어째서 이 나라의 DVD는...( 특히 애니메이션은... )
시간이 지나면( 실제로는 많이 지나지도 않아서... )
헐값에 팔아버릴까요?

불법복제를 일삼는 연쇄강간범과 다를 바 없는 무지몽매한 일부(?) 소비자들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업계가 이런 뻔뻔하게 욕먹을 짓 하는 게 용납되는 건 아니죠...

다행인 건...
많은 일본 애니의 한국 정식 발매를 주도한 "대원"이
다른 데서는 "개원"이라고 욕을 먹지만...
DVD 헐값 처분에는 동참하지 않는...
칭찬할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대원도 이제 애니 가격 할인에 동참했습니다.
위의 EVA 리뉴얼 박스 세트는 하나의 예죠...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 뭐 이런 느낌입니다...

업체도 문제고, 복제-다운로드하는 넘들도 문제고...
위 타이틀의 일본판을 40만원 가량들여 구입했던 사람으로써
( 후회는 안 합니다. )
안그래도 싸디싼 가격 12만원에 품절은 커녕... 재고가 쌓여 할인을 한다는 게
신기할 다름입니다.
( 일본판은 극장판 포함 10 DVD이긴 합니다만... -O-a 발매 정가가 우리나라의 12만원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4만엔이었죠... )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는...

( 아마존의 해당 상품 페이지입니다만... )
이미 품절... 은 당연하고...
최저 6만엔 수준에... 중고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7만, 9만에 19만엔을 부르는 사람도 있군요...
물론 상품의 수도 적습니다... '-'

꼭 단순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네요.
어째서, 우리나라는 정당하게 상품을 제때 찾는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나중에 필요할 땐 품절이라 구하지도 못하고...
희소성이 높은데도 더 빨리 가격이 떨어지는
이상 야릇한 상황을 감수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