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관련 칼럼을 올린다면, 제일 먼저 이 책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석가( 석정현/정우 라는 이름보다는 이 닉네임이 익숙하네요. ^^ )의 첫 단행본 만화인 귀신(鬼神)입니다. 석가에 대해서는 예전 써니케로 홈페이지의 칼럼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훨씬 유명 인사가 되고, 실력도 크게 성장했지만, 사람은 역시 같은 사람이겠죠...
이렇게 생겼습니다. 2006년 7월 26일자 일간 스포츠 인터뷰 중의 사진입니다... 만 실제로 저렇게 "귀여운" 얼굴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이미 이 책이 출시된 지 여섯 달이 되어 오기 때문에...
라고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군요 -O-;;; [ 귀신 본문 145p : 석가군 블로그의 방식을 오마쥬 ^^; ]
귀신을 만나다...
3년 전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석가가 갑자기 전화를 했습니다. 한예종 졸업 작품으로 그리려는 만화의 이야기를 좀 봐달라는 전화였죠... 약속 장소인 양재로 이동하면서... ( 어째서 부탁을 받은 내가 석가의 홈 코트로 가야 하는 것이냐 -O-++++ ) 상당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에 같은 프로젝트를 하던 시절 보았던 "섹스 어필한 오리지널 귀신 일러스트"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처음 만난 귀신의 시납시스(?) 내지 줄거리는 사이버 펑크도 아니고, 섹스 어필도 아니고.... 냉정하게 말하면 단순한 밀리터리 스릴러 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실망했냐구요? 아니었습니다... 그다지 군대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석가라지만, ( 무려 해병대 출신임에도... ) '귀신 잡는 해병'을 발판으로 한 아이디어는 복잡하고 엄청나지는 않을지언정 자기 목소리는 분명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처음 줄거리에는 어설픈 멜로 드라마도 섞여 있었지만, 몇 년 동안 다듬어지면서 환골탈태한 완결된 귀신에는 다행히 멜로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읽어 보고 이것저것 도와준 점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O-a 주절 주절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해 주면서 도와달라는 말에 답을 했다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막상 도와준 게 별로 없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ㅠ.ㅠ
어쨌든, 몇 년 전에 탄생한 '귀신의 꿈'은 작년 8월에 진정한 '귀신'이 되어 서점에 깔렸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길...
석가의 그림이 간결하면서( 혹은 게으르면서 -O- )도 힘이 있고( 투박하고 ), 독특한 색감( 칙칙한 색감 )을 가지고 있어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습니다. 열렬한 팬과 신경 끄는 사람들의 구분이죠... ( 냉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괄호안에 담았습니다. -O-a )
케로의 입장을 물으면 전자에 속하겠지만, 냉정하게 누가 물어본다면 '귀신에 대해서는 "재미 없다"고 말해야 겠습니다. 물론, 케로 본인은 재미 있었습니다. '-'
작품성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는 게 바보 같은 일인만큼... 재미를 수치화 시켜 정도를 따지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겠죠... 그래서,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케로 개인적으로는 재밌고, 한 마디로 권하기에는 재미 없는 만화책으로 권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버립니다.
'귀신'이 추구하는 재미는... 묘한 방향으로 열려 있는 길입니다. 그림은 완전히 간결하지도 않고, 치밀하지도 않습니다. 블랙 유머보다 얕은 유머가 존재하지만, 유머인 줄 모르고 지나칠지도 모릅니다. 밀리터리물이나 SF물로 보아야겠지만, 왠지 매니아적인 접근은 생략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르를 논하기 어려운 이 물건은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그냥 모든 사전 지식을 지운다면... '귀신' 자체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귀신'은 '귀신'일 뿐...
한국 만화의 미래?
귀신이 수 백만 독자를 끌어모을 '재미있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혹은 깊은 성찰을 동반하는 감동의 역작이 아니더라도... '귀신' 그 자체로 역사에 남겨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작법, 신선한 접근으로 한국 만화의 미래를 시험하는 모험가 중 한 명인 석가의 첫 단행본이기 때문입니다.
뭐, 한국 만화의 미래가 한 두 사람에 의해서 결정될리야 있겠습니까만은 한 두 사람이 모이고 성장해서 결국 그 미래가 발전하는 것은 분명하리라고 봅니다... 예전의 무명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삼단 변신", "석가의 페인터"의 저자까지... 달라 보이는 모습이지면 결국 한 사람의 작가로 성장해가는 본격적인 출발점에 있는 작품이 아마 이 '귀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보아왔던 것에 안주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콜렉션을 갖추려한다면, 반드시 탐독해야 하는 것이 '귀신'이고,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석가라는 만화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 예전에는 아쉬웠지만, 석가가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만화가'로 자리 매김한 것이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최근 '괴물'의 또 다른 이야기로 만화를 그리고 있는 석가... 그 다음에 또 어느 방향으로 발길을 내딛을지... 예고편에 적힌 것 처럼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우선 저부터 주목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