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극장 아닌 극장. KTX 영화 열차에서 감상한 영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 영암 방문길에( 표가 없어서 ㅠㅠ ) 어쩔 수 없이 구입한 영화 열차 티켓이긴 했지만, "도쿄택시(東京タクシ-)"란 영화를는 이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영화여서 제법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감독이 만들었다기엔 한국에 대해서 너무 비현실적으로 묘사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영화의 맥이 탁탁 끊어져서 진득하게 재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떻게 재미있게 봐주려고 해도 그다지 좋은 영화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러면, 문제의 도쿄택시에 대해서 간단하게( 할 말이 많지 않네요 '-'; )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 숨긴글 속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
감독과 연출
김태식 감독의 전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케이블TV를 통해 접했었습니다. 2006년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아마 현재의 분위기와 비슷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뭔가 독특한 코미디 영화면서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은 영화긴 한데... 거부감과는 느낌이 좀 다른... 뭐랄까 관객이 공감하기 힘든... 그런 연출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3년만에 다시 완성한( 개봉은 2010년이지만 영화는 2009년작입니다. '-'; ) 두번째 장편작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본을 겸하면서 유사한 연출의 방식을 따라갑니다. 코미디이지만 정적이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그 호흡이 매우 짧고... 대사나 연기는 연극적으로 비춰지면서... '택시'라는 매개채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짧은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 항상 여백이 존재하고 ( 마치 4컷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여백이랄까요? ) 전체적으로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 몹시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앵글 하나하나가 TV 시트콤같은 느낌이라 몰입도 쉽지 않네요. 전작에서도 그런 지적(?)이 있었는데, 두번째 연출작에서도 여전히 그 길을 답습한 것은 작가적인 고집인지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와 연기
도쿄택시는 어떤 의미에서 전형적인 버디-로드무비로... 택시 운전기사 역의 야마다카즈시 역의 야마자키하지메( 山崎一 )와 밴드 보컬 야마자키료 역의 야마다마사시( 山田将司 )의 두 배우가 거의 90%의 연기를 담당합니다.
야마자키하지메의 경우 일본에서 TV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해 온 중견 탤런트로, 일본 드라마를 좀 보신 분들은 얼굴을 기억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견 탤런트답게 영화 도쿄 택시에서도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딱 TV 드라마같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에 걸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일본 드라마다운 과장된 코믹 연기는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더군요.
반면, 야마다마사시의 경우 연기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THE BACK HORN이라는 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어서, 극중의 역할이 평소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런 솔직한(?) 연기가 편하기도 하지만, 연출이 워낙 뚝뚝 끊기는데 연기마저도 호흡을 끊는다는 점은 안타깝네요.
다른 몇 명 안되는 연기자들도 TV 시트콤같은 연기는 마찬가지인데, 이게 감독의 연출의 영향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배우들도 참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조금 인상적인 스튜어디스 유하나 역의 탤런트 유하나 역시 솔직한 표현으로 연기를 참 못한다...는 느낌이 들게 교과서를 읽더군요.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건 연출의 경우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도쿄택시는 한국 감독의 한국 영화지만... 대사의 대부분은 일본어로 진행됩니다. ( How do you do?가 있지만... '-';;; ) 재밌는 건 영화의 정서도 다소 일본 드라마같다는 점인데, 영화의 몇 장면만 보더라도 오히려 한국 사람에게 더 위화감이 드는... 한국이라곤 하는데 장면을 보면 저건 도대체 어느나라 얘긴가 하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의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도되었다면... 한국인들에게 모종의 환타지를 만들어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에라도 팔아보려고 하는 건지 그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이 영화에는 배우들의 실명이 많이 등장합니다. 스튜어디스 유하나 역의 유하나가 대표적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 야마자키와 야마다는 배우들의 성을 서로 바꿔서 사용하는데... 이건 분명히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 감독이 일본 유학파의 나름 해외물을 먹은 배운 감독이라서 이런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 같은데, 아쉽게도 어떤 영화적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진 않아 아쉽네요.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이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따져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영화가 워낙 TV 소품 같은 영화다보니 특별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종합하자면...
김태식 감독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지 우직하게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한(?) 도쿄택시는,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페이스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호흡이 끊겨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특히 일본 드라마나 TV 시트콤 같은 류에 거부감이 있다면 영화에 공감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 같고요. KTX 영화 열차의 관람 환경이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크고 좋은 영화관에서 봤다고해서 감동이 배가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추천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 같지만... 감독의 전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를 아주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이면서, 다소 억지스런 상황 연출과 오버하는 연기에도 영향받지 않는 분들에겐 관람해보십사 말씀드릴 수도 있겠네요.
올해 보았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전에 평가했던 것처럼 별점을
줘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출 ★★★ 연기 ★★ 영상
★★☆ 재미 ★★★
작품성 ★★★ 흥행성 ★★ 완성도 ★★★
종합 평가
★★☆
평점이 올해 평가한 영화 중에 최하 수준인데, 앞으로 같은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