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page memories/I'm Loving It - DVD 2004. 4. 16. 08:42
미국의 이야기 + 한국의 이야기
마이클 무어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이 사람이 오스카 상을 수상하고 부시의 전쟁을 맹 비난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만 해도, 서구 국가에 흔히 있는 비판적 지식인 정도로 생각했다. 나름대로 합리적이기 위해서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는 그런 사람,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 미국 사회에 살며 그걸 즐기고 있는 사람이려니... 라고 생각했다.
듣자하니, 대학 시절 "로저와 나"라는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제1회 노동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바로 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가 상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자료를 뒤져볼 때까지는 나의 기억의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적어도 이전까지의 나의 기억에 그는 없었다.
볼링 포 컬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이슈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감한 문제, 중요한 이슈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았다는,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한 편으로 고정 관념을 떨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가 재미있어봤자 얼마나 재미있으랴. 결국, 공중파 TV의 더빙판을 보게 되기까지 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볼링 포 컬럼바인
공중파에서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다음날 바로 DVD를 주문했다. 오랜 시간 위시 리스트에서 쉬고 있던 이 아이템은 3일 만에 내 가방안으로 넘어왔다. 긴 말이 필요 있으랴? 볼링 포 컬럼바인은 이제까지의 다큐멘터리와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볼링 포 컬럼바인은 재미있다. 이 작품이 주는 재미는 밋밋한 다른 다큐멘터리들이 전해주던 그것과는 정 반대의 급부에 있으며 그 어떤 극 영화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흥미 진진하다. 구성은 알차다. 호흡도 빠르다. 그러면서도 다큐멘터리라는 쟝르를 벗어나지 않는 신기한 작품이다.
또 하나의 얼굴은 잘 아는 듯 했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그리고 매우 중요한 사실을 속 시원히 밝혀 준다. 내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어김 없이 그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질문을 날린다. 나의 상식은 도전 받는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있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 깔린 의도를 하나 둘 알아채게 된다.
Stupid White Men
또 하나 Bowling for Colombine DVD를 꼭 사야 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책 때문이다. 멍청한 백인들이라는 다소 변형된 제목으로 출간 되기는 했지만 멍청한 자들( =STUPID), 백인들( =WHITE), 그리고 남자들( =MEN)이 미국을 구조적으로 망가뜨리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가볍게 웃어 넘기고 말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의 문제와 국제 사회의 문제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그들과 다른가? 멍청한 백인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는 지가 보이는 듯 하다. 조금 시계를 뒤로 돌려놓은 듯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멍청한 백인 남자들이 가던 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진보 정치가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시점이고, 도둑놈+멍청이들이 정치권에 조금의 틈을 보인 지금, 왜 그들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않되며, 그들이 그곳에서 정치를 하는 하루하루가 나의 수명을 줄이고 나의 권리를 앗아가는 악순환이 되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똑똑하다고 주장하지만 멍청한 한국인에게도, 백인이 아니지만 스스로 백인인양 다른 인종을 바라보는 불쌍한 황인종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의 존재 가치와 지위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 남성들에게도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가해자이며 동시에 그 피해를 받고 있는 피해자라는 것이다.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하라. 적어도 이 책이 아주 조금이나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테니까 말이다.
한 권의 책에 저렇게나 많은 얘기를 적다니, 마이클 무어는 할 말이 정말 많은 독설가임에 틀림 없다. 덕분에 여기서 그 책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저 책을 읽지 않고 미국의 문제, 진보 정치의 문제, 그리고 우리 주변 생활과 환경, 세금과 정책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간고사 족보를 입수하고도 상식만 가지고 시험을 보겠다는 것과 같다. 뭐, 좋을대로 하시라. 적어도 "딴에는 안다고 자부했던" 내가 이해하는 미국의 문제와 정치의 문제에 대해 근본을 뒤바꿔 놓을 수 있었던, 내가 모르던 95%를 알려준 이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 해의눈물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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