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page memories/I'm Loving It - DVD 2003. 8. 3. 08:14
언제부터인가 영화나 애니를 고르는 기준에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문제가 1 순위로 떠올라왔다. 아마도 대학시절 즈음에 음악에서 역시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잣대를 들이댔던 그 관점 그대로 옮겨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말이 나의 모든 의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나의 바로 윗세대인 386 세대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그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세계에 합류한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 적어도 나에게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 혹은 꿈을 성취하기 위한 또 다른 생존 전략이 우선 시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선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의 사상과 세계관이 다른 사람의 그것과 같지만은 않은 이상 그 답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관적인 관점에서 나에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민중의 봉기와 혁명, 승리, 권선 징악... 뭐 이런 다소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세계에 창궐한 자본 혹은 파시즘의 악한 힘이 뼈저리게 느껴지고, 거기에 끝내 항거하고, 또 물들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간혹 행복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한 행복을 거둘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인다.
비록 영화에서만이라도 이상향을 그리고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영화 자체가 프로파갠더로서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기존 권력 층 - 파워엘리트 들에게 놀아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그 꿈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담배나 마약을 나쁘지 않게 보는 나로서는 그런 곳에 빠져 있는 사람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단지, 나의 영화 선택 기준에서 파워엘리트의 프로파갠더로 전용될 수 있는 타이틀만큼은 일단 접어 두고 싶다는 얘기다.
내가 이제껏 구입한 DVD 타이틀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을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꼭 들어갈 만한 것이 바로 이 인랑 박스 세트이다. 위에 장황하게 떠든 것처럼, 이 영화는 비교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편이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슬프다. 슬프지만 거기서 좌절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 대한 직시는 현실의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타이틀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도 많이 있다. 오시이 마모루( 직접 감독은 하지 않았지만 )의 느낌도 좋고, 세밀한 무기 설정도 좋다. 함께 들어있는 서플의 풍부함도 좋고, 콘티 북에 대해서는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이 대만족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타이틀의 가치를 높이고, 스토리를 나의 뇌리에 각인시킨 것은 다름아닌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었을까 생각 해 본다.
다른 많은 타이틀 중에서 돋보이는 이 작품을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거부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조금은 안타깝다.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기호를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이 작품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인랑 박스 세트가 꼭 구매하고 보관해야 할 명작 중의 명작이란 말을 남기고 싶다.
( DVD 지역 코드는 결코 법으로 규제 된 것이 아니며, 코드 프리는 합법적인 소비자 권리의 행사입니다. )
* 해의눈물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6 23:10)
cony79 | 그나저나 코멘트 하나 쓰면 첫페이지로 가는 거 어쩔 수 없나요ㅠ-ㅜ.. 심심해서 하나씩 읽고 멘트 쓰며 노는 중인데.. 계속 하나 쓸 때마다 첫페이지로 가네 ㅜ-ㅡ 03·08·08 16:12 삭제 |
케로쨩 | 그건 나두 몰러 -_-;;;; 써니에게 물오봥~~~ 03·08·08 17:15 삭제 |
짙은파랑 | 정치적(?)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집중력(!)있는 스토리와 묘사, 설정 비록 만화 속 세계라도 세계관만 확실하다면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에니 좋아요 ^0^ 04·01·05 20:35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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