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차세대 게임기로 불리는 XBOX360 등이 등장한지도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케로군이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도 결코 적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점 만점에 10점을 줄만한 게임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2006년 XBOX360의 국내 발매 이후 매년 가장 돋보였던 타이틀을 꼽으라면... 2006년 겨을,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던 Gears of War... 2007년 겨울, 제대로 암살하는 재미(?)를 알려준 Assassin's Creed... 2008년 겨울,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Gears of War 2 등이 있겠습니다. ( 이 중에서 Gears of War는 케로군도 이미 칼럼을 쓴 적이 있지요. )
그리고, 지난 2009년, 앞선 몇 년 간의 패턴을 반복하기라도 하듯... 가장 돋보이는 타이틀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Assassin's Creed의 속편이 발매되었습니다. Gears of War가 그랬듯... 전편의 중심 시스템과 이야기를 그대로 계승한 신작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엄청난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하면서... 2009년도 최고의 게임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완벽한 게임으로 팬들 앞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칼럼에서 다룰 작품은 바로, Ubisoft Montreal이 개발하고 Ubisoft가 퍼블리싱한 Assassin's Creed II입니다.
( 아래 칼럼 보기를 클릭하시면 스포일러 또는 네타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속편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
성공한 게임들은 속편이 만들어집니다. 어렵사리 성공한 타이틀을, 브랜드를 내팽개칠만한 게임 회사도 없겠거니와 열에 아홉은 첫 작품을 만들면서 미리미리 속편부터 염두에 두는 게 요즘의 정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속편은 전편보다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아니, 그냥 못한 정도가 아니라... 전편의 이름만 빌려서 쓰레기로 돈을 긁어 모은다는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도 많지요. 속편들은 언제나 전편의 그늘에 가리거나 어딘지 모를 한계에 부딪혀 버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속편은 어떻게 해야 전편의 그늘을 벗어나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그 방법을 몰라서 극복하지 못하는 게임 개발자, 게임 기업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네 가지로 정리하자면... - 전편의 장점을 계승하고 - 전편의 단점을 극복하고 - 전편보다 발전해야 하고 - 전변에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는 겁니다. 정말 말은 쉬운 얘기들이죠. 그리고, 다들 몰라서 이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지만 그것을 쉽사리 해내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많은 게임들의 속편이... 전작의 장점을 계승한다고 하는데... 전작과의 연결 고리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고... 단점을 극복해내지만, 새로운 단점을 산더미처럼 쏟아내고... 시리즈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시대에 뒤떨어져 시대착오적인 제품이 되기 일쑤고... 새롭게 추가한 요소들은 기존 사용자를 혼란시키고 팬진에서 욕을 먹는 타겟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개발 방법과 시스템에서 왕도가 없는 게임 개발에서, 한 두 마디의 노하우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여기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08년의 Gears of War 2는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Gears of War의 독특한 시스템과 세계관, 이미지를 그대로 계승했으며...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의 불만이 반영되어 단점 몇 가지가 해소되었고, 누가 봐도 발전된 그래픽과 시스템 속에 알찬 신 요소들이 잘 구비되었습니다. 굉장히 교과서적이면서도...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속편의 한계 극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그 바톤을 이어 받은(?) Assassin's Creed II 역시 또 하나의 성공적인 전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멋진 암살 연출에서 예술적인 암살의 경지로
전편 Assassin's Creed는 사실 단점이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훌륭한 게임임에는 분명하나 감히 Gears of War에 미치지는 못했죠. 특히, 늘어지는 게임 전개와... 게임과 거의 무관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한 노가다들은 굉장히 재미있을 수 있는 게임에 종종 찬물을 끼얹었기에 아까운 점수를 깎아먹은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생상의 한계(?)랄까... 황량한 배경과 추레한 주인공들... 설정상, 시나리오상 어쩔 수 없는 원판 때문에, 훌륭한 그래픽, 멋진 연출이 묻혀 버렸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편이 대단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신뢰의 도약'이라는 자랑할만한 시스템과( 이 기획과 연출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 아깝지 않습니다. -O-b ) 높은 자유도 속에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멋진 암살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암살을 다루는 게임들이 많이 있고, 난이도로만 따지자면 어쌔신 크리드는 쉬운 쪽이라고 하지만, Gears of War가 그랬듯... 게임의 재미는 결코 난이도와 비례하지 않지요. 그렇게... 내가 정말 암살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통쾌하면서 화려하고 멋진 연출은 앞선 많은 단점들을 일소하고 게임을 걸작의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 등장한 속편은 전편의 단점을 말끔히 극복해냈습니다. 원래 단점이 많지 않았던 Gears of War의 경우와 달리... 단점이 많았던 Assassin's Creed였지만... 쓸데 없는 노가다를 대폭 삭감하면서도 게임의 잔재미를 놓치지 않았고... 이야기의 무대를 화려한 15세기 이탈리아로 가져오면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고, 음모론이라면 빠지지 않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까지, 자연스럽게 게이머에게 '화려함'을 각인식시켜줍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멋진 것은 암살의 연출로... 전편의 기본 틀을 계승하면서... 부드럽고 다양한... 때때로는 경탄스럽게 멋진 암살 씬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전편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덕분인지... 그래픽적이거나 게임적인 요소를 떠나서, 이야기에 동화된 감정적인 상승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 물론 이야기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만... ) 전편이 기계적으로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의 느낌이었다면, 속편은 암살을 해야만 하는 느낌( 하지만,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_-; )이랄까요? ( 게다가 새로운 암살 기술을 가르쳐주는 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니... '-';;; ) 이렇게, 속편 Assassin's Creed II가 보여주는 암살은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오락물로, 혹은 가상 베니스 여행으로...
다분히 기술적인 위의 두 단락에서의 이야기를 떠나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 보았을 때도 Assassin's Creed II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단순한 조작과 그에 비해 화려한 액션... 잔 재미가 많은 액션 어드벤쳐적인 요소들과 다양한 (액션) 퍼즐들... ( 액션 퍼즐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겐 짜증이 날 수도 있으나... 피해가면 그만이긴 합니다. -_- ) 스토리든 뭐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진행할 수 있으니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 이 게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게임의 주 무대 베니스입니다. 물의 도시 베니스를 ( 같은 규격으로 그대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 굉장히 잘 묘사했다는 느낌인데... 이 부분은 유럽에 발끝도 대 보지 못한 케로군보다는 베니스에 다녀온 적이 있는 분들에겐 감흥이 더 할 것 같네요. 실제 베니스에서 배를 타고, 물길을 헤엄치고, 건물에 올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 베니스 여행 같은 느낌까지 드는 작품입니다. ( 플로렌스는 문외한에게는 볼 게 별로 없고, 로마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과 같아서... 베니스만 가능한 얘깁니다. ) 보통의 플레이 중에는 시간의 압박이 거의 없으니 맘 편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하나하나로는 대단치 않은 것 같지만, 막상 부딪혀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도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 실제로 날았었는지 알 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를 타고 베니스를 날아보기... -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식겁할만한 '토탈(!) 음모론' ( 어쩌면 이렇게 음모가 아닌 게 없을까요 -_-;;; ) - 당시의 명작 그림들을 집안에 장식하고 친절한 설명까지 열람하는 호사스러움 ( 덤으로 유명 건축물과 인물들에 대해서도 간단한 설명이 따라옵니다. ) - 실사 단편 영화(?) 어쌔신 크리드 리니지의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을 게임 캐릭터와 연결시켜 보는 재미 -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딱히 어렵지 않은 도전과제들 ( 대여섯 가지를 제외하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전과제를 제시합니다. '-' ) 이런 것들까지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부터 트리비아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문제점을 지적할 곳(?)이 보이지 않는 초걸작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케로군의 XBOX360에 레드링을 뜨게 할 정도로 재밌었으나 단점이 많아서 아쉬웠던 전작의 단점을 극복함은 물론, 속편의 한계를 극복해 내면서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 Assassin's Creed II에게는 10점 만점에 10점... 다섯 개의 별점이라면 별 다섯 개를 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암살에 혐오를 느끼시는 분, 피튀기는 액션이 싫은 분, 가상 역사 판타지나 음모론이 짜증나는 분...이라면 예외적으로 추천을 드리지 못하겠으나... 보통의 게임 팬이나 게임 개발자들이라면... 반드시... 머스트... 구입해서 즐겨봐야 하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 PS3든 XBOX360이든 플랫폼은 별 상관이 없겠지요. '-' )
물론 케로군에게도 남은 단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예약 열리고 1분도 안 되어서 매진되었다는 아래의 '블랙 에디션'을 구입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네요. ㅠ.ㅠ